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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 쿠능가 힐
    와인 2025. 5. 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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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와인: 전설의 시작, Penfolds Koonunga Hill

    “작지만 위대한 시작, 호주의 자존심이 된 와인”


    🥂 시작은 소박했다,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1976년, 호주의 와인 메이킹 역사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다. 남호주의 바롱가 밸리(Barossa Valley)에서 ‘Koonunga Hill’이라는 이름의 레이블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당시는 그저 Penfolds의 라인업 중 비교적 저렴한, 데일리 와인 정도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와인은 사람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저렴한 가격에 Penfolds의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와인”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Koonunga Hill은 이름부터 호주의 대지와 연결되어 있다. ‘Koonunga’는 호주의 원주민 언어로 ‘물의 장소’를 뜻한다. 이는 이 와인이 뿌리를 둔 자연과 떼루아의 중요성을 상징하며, 또한 Penfolds가 늘 강조해온 지역성과 뿌리 깊은 철학을 담고 있다. 실제로 Koonunga Hill은 Penfolds의 플래그십 와인인 Grange와 같은 철학, 즉 블렌딩의 미학과 숙성 가능성, 구조적인 균형 등을 이어받고 있다.


    🍇 사용된 포도 품종: Shiraz와 Cabernet Sauvignon의 완벽한 조화

    Koonunga Hill의 대표 와인은 주로 Shiraz(시라즈)와 Cabernet Sauvignon(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하여 만들어진다. 때때로 100% Shiraz 또는 100% Cabernet Sauvignon 버전도 출시되긴 하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건 역시 이 두 품종의 조화다.

    • Shiraz는 호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포도 품종이다. 깊은 색상, 스파이시한 향, 그리고 진한 과일 풍미를 제공한다. 바로사 밸리 지역에서 자란 Shiraz는 특히 블랙베리, 후추, 감초, 초콜릿 같은 풍미를 풍성하게 품고 있다.
    • Cabernet Sauvignon은 구조적이고 탄탄한 바디감, 숙성 잠재력, 그리고 자두, 블랙커런트, 타바코 같은 복합적인 아로마로 유명하다.

    이 두 품종의 블렌딩은 단순한 혼합이 아니다. Shiraz는 열정과 감성을, Cabernet는 이성과 구조를 담고 있어 마치 정열적인 연인처럼 서로를 보완하고 조화롭게 감싼다.


    🍷 테이스팅 노트: 한 입에 담긴 호주의 햇살과 땅의 기운

    Koonunga Hill을 잔에 따르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그 깊고 진한 루비색이다. 그리고 코를 가까이 대는 순간, 블랙체리, 플럼, 블루베리 같은 어두운 과일 향이 퍼지며 그 뒤를 따라오는 바닐라, 토스트 오크, 시가 상자, 검은 후추, 정향의 뉘앙스가 입체감을 더해준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도 묵직한 바디감, 그리고 초반의 과일 향과 함께 느껴지는 산도와 탄닌의 적절한 균형이 인상적이다. 중반에는 커피, 초콜릿, 약간의 민트가 스치듯 지나가며, 마무리는 긴 피니시와 함께 약간의 담배 향으로 정리된다.

    이 와인은 단지 마시는 와인이 아니다. 호주의 기후와 떼루아, 그리고 Penfolds의 장인정신이 한 병 안에 농축된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가볍게 마셔도 좋지만 조금의 숙성을 거치면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5~8년 정도의 숙성 기간을 거치면, 구조가 더 부드러워지고 풍미는 훨씬 더 농축되며 입체감이 배가된다.


    🧀 페어링 추천: 음식과의 완벽한 하모니

    Koonunga Hill은 다재다능한 와인이다. 너무 묵직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풍미를 지니고 있어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 스테이크: 당연히 정석. 그릴에 구운 립아이 스테이크는 와인의 탄닌과 지방이 만나 최고의 밸런스를 이룬다.
    • 양고기 찜 또는 바비큐: 향신료가 들어간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리며, 특히 바비큐 소스의 달콤함과 와인의 산미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 치즈 플래터: 브리, 고르곤졸라, 체다 등 다양한 치즈와 함께하면 입 안에서 파티가 열린다.
    • 가지 요리, 훈제 버섯 리조또 같은 채식 메뉴와도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와인의 풍미가 이런 요리의 감칠맛을 끌어올려준다.

    🧭 재미있는 이야기: “Grange의 피를 잇는 막내”

    많은 사람들이 Koonunga Hill을 “Penfolds 입문 와인”으로 소개하지만, 이 와인을 단지 입문용이라고 치부하는 건 얕은 이해다. Penfolds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Peter Gago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Koonunga Hill은 Grange의 정신을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와인이다.”

    실제로 Penfolds는 이 와인에 있어서도 동일한 철학을 적용한다. 최고의 포도를 선정하고, 프렌치와 아메리칸 오크를 혼합해 숙성하며, 블렌딩은 Grange와 같은 방식으로 와인메이커의 감각에 따라 수행된다. 이 말은 곧, Koonunga Hill은 Penfolds의 DNA를 가진 진짜배기 와인이라는 뜻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와인의 가격이 여전히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높은 품질과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도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2~3만원대로 구입 가능하다니, 가성비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마무리하며: 오늘, 한 병의 Koonunga Hill을 꺼내보자

    지친 하루의 끝, 편안한 저녁식사에 곁들일 와인을 고민하고 있다면 Koonunga Hill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가볍게 한 잔 마시기에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음미하기에도, 또는 특별한 날의 분위기를 만들기에도 손색없는 와인이다.

    그건 단지 맛 때문만은 아니다. 이 와인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역사, 호주의 자부심, 그리고 Penfolds라는 전설의 유산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밤, 잔을 기울이며 이런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작은 언덕에서 시작된 Koonunga Hill이 이렇게 멀리까지 왔다니, 인생도 와인처럼 숙성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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